Mcgowan Monaghan (AyalaAggerholm8)

“어렸을 적 교회 목사님이 산타 복장을 하고 성경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때는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며 마냥 좋아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이들의 동심을 위한 목사님의 배려였네요.”

“결혼하고 첫 번째 맞는 성탄절에 새벽송을 나가야 해서, 돌도 안 된 딸의 머리맡에 우유를 놓고 기도하며 새벽송을 돌고 왔죠. 그런데 그 때까지 딸이 곤히 자고 있어 감사 드렸던 날이 기억나요.”

“성탄절 행사가 끝나면 어른들과 함께 새벽송 돌며 과자 받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옛날에는 성도들과 정이 넘쳤다면, 오늘날 성탄절은 많이 간소화 돼 아쉽습니다.”

'아기예수 탄생’ 기쁨 사라진 성탄절 우리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성탄절. 교회학교 학생들은 한 두달 전부터 날밤을 새워가며 성극과 율동을 준비한다. 함박눈이 소복하게 쌓였던 화이트크리스마스에는 무릎 위까지 쌓인 눈을 치우며 새벽송을 기다리는 성도도 있었고,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밤새 찬양을 했던 성도들도 있었다.

‘성탄’의 설렘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본지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성탄절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57명 가운데 77.1%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기념일’을 택했다. 하지만 ‘가족과 보내는 날’, ‘공휴일’을 택한 응답자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특히 10대 응답자 39명 중 15%는 성탄절을 ‘제2의 어린이날’이라고 답했다. 성탄절이 ‘예수님의 탄생’이라는 인식이 자리했던 이전과 다르게, 요즘에는 마냥 선물 받는 날로 인식된 것을 알 수 있다.

유흥문화로 성탄의 의미는 사라지고 있다. 빠르면 11월부터 거리 곳곳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화려한 장식의 트리가 세워진다. 성탄절은 대목으로 손꼽히는 날이다. 백화점, 술집, 숙박업소, 여행사 등은 평소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그럼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12월 24~25일 밤거리가 유흥에 취해 있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돼 버렸다.

성탄소식, ‘나눔문화’로 알리자 어느덧 한국교회에도 예수님 탄생의 기쁨이 사라진지 오래다. 교회마다 화려한 장식으로 성탄절을 준비하지만, 정작 핵심인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모습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백원장은 “1990년대 한국사회가 세속화되면서 성탄절이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연탄 나눔, 모금활동 등 구제활동 참여율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예수님이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나눠줬듯이 우리도 나눔의 문화를 실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분당우리교회는 ‘RE:BORN’ 캠페인을 펼치며 성탄을 맞이하고 있다.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 작은 예수로 ‘다시 태어나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분당우리교회는 누림과 드림, 섬김 세 가지 영역으로 캠페인을 진행한다. 장목사는 “성도들이 성탄의 의미를 삶 속에서 누리고 그 기쁨을 드림과 섬김으로 주변 이웃들에게 흘려보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성도들은 ‘리본스티커’와 ‘드림파우치’를 통해 세 가지 영역을 실천한다. 주변 곳곳에 스티커를 붙이며 ‘RE:BORN’의 의미를 되새기고, 파우치 안에는 섬기고자 하는 이웃을 위한 선물을 담아 전달한다. 또 성탄절에는 파우치에 담은 물품의 금액을 헌금해 소외이웃을 섬기는 기관에 기부한다.

물한계곡교회은 다가오는 성탄절에 지역 어르신들과 따뜻하게 보낼 계획이다. 목사사용설명서로 충청북도 영동의 시골마을에서 분주하게 목회하고 있는 김 목사는 “성탄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 평소 관계를 맺어온 지역주민들과 성탄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며 “도시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새벽송을 하며 성탄을 알리겠다”고 전했다. 물한계곡교회가 위치한 오지마을은 25일 새벽, 그 어느 동네보다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찬양 소리가 가득 울려 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예수님의 탄생 메시지를 더 이상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